2008. 10. 23. 20:46

RFID 인식률 100%

얼마전 RFIDglobal 국제 Conference가 서울에서 열렸다. 그때 EPCglobal의 Ivan Robertson 이사란 분이 해외 사례에서 RFID 기술은 이미 인식률 100%에 거의 가깝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RFID는 더이상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였다.

이를 듣고 있던 많은 한국 사람들 (발표를 듣는 일반 사람들 뿐 아니라 다른 강연을 맡은 사람들까지)이 이에 반발하였다. RFID는 95%만 나와도 잘나오는 거라고...
그동안 많은 정부 시범사업을 진행한 한국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RFID에 대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해 본 사람들로서는 RFID의 실체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별별 방법도 다 써 보았을테고 (충분하진 않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개선이 되지 않음에 좌절한 사람들은 외국의 어떤 사람이 RFID 인식률은 100%라고 거짓말(?)을 해대고 있으니 얼마나 가증스러웠겠는가?

Robertson 이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법으로 수행하고 나서 RFID의 인식률이 100%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게 자신있게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문득, 예전에 우스개 소리로 듣던 인디언 기우제가 생각이 났다.

인디언 기우제... 한 인디언 부족이 있었다. 이 부족에서는 비가 오지 않아 기우제를 지내게 되면 반드시 비가 온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기우제를 지냈지만 한번도 비가 오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신통하다는 것이다.

그 비결은 바로...

비가 올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사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몇달이든 몇년이든 계속 기우제를 지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까짓거 아무리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오지 않겠는가???

뜬금없이 이 우스개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는 바로 RFID 인식률 100%의 달성 방안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억지라고 우긴다고 할진 몰라도 실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일반적이다. 다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뿐이다.

1990년대에 삼성 그룹에서는 대대적인 프로세스 혁신 작업을 시작하였다. SAP란 ERP(Enterprise Resource Panning)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서 현장 실물과 정보 데이터의 일치화가 필수적이었는데 이를 위해 제조 현장에서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구축하면서 대대적인 바코드 시스템이 도입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도저히 용납되지 않던 두가지 새로운 발상 전환이 일어난다.

첫째, 전산 시스템이 멈추면 현장 라인을 멈춘다.
둘째, 전산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으면 그 책임은 현장 반장, 직장이 책임을 지며 고과에 반영을 한다.

이것은 다른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아직도 용납이 안되는 사실이다. 현장의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요구사항은 전산 장비가 멈춰서더라도 현장 작업을 멈추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생산이 잠깐 멈추게 되면 손실이 얼마나 큰데 일개 전산 시스템에 방해를 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생산 설비가 멈추게 되면 생산이 중단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며, 그러한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되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비를 잘 정비하게 될 것이다. 전산 시스템은 바로 이러한 생산 설비 중의 하나이므로 전산 시스템이 멈추면 생산이 중단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산 데이터의 불일치 책임이 현장 직,반장에 있으므로 데이터가 틀어졌는지, 오인식이 되었는지, 자동인식 설비가 정상 작동하고 있는지 등의 여부를 항상 신경쓰고 확인한다. 그러다 에러가 발생하면 전산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전산실 직원이나 담당자들을 밤낮으로 괴롭혀서 반드시 문제없는 시스템으로 만들어 낸다.

바코드 시스템의 인식률이 어느정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보통 95%가 채 안된다고들 얘기한다. 하지만 이런 현장에 설치되는 바코드 시스템을 설치하고 검수를 받으려면 일정 기간동안 확인하여 6-시그마 (100만개 중 3개 정도의 불량율)에 가까운 인식률을 보여야만 한다.
얼마나 좋은 장비를 썼기에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물론 종은 장비를 사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장비라 하더라도 항상 잘되리란 보장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오류 상황을 잘 파악하여 최대한 오류를 줄여주고 그것으로 모자라면 사람이 수작업으로라도 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어 이를 표준 프로세스로 정의하고 모두다 지키게 하는 것이다.

오류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바코드 스캐너 뿐이 아니라 다른 센서를 같이 사용한다. 센서로 물체를 인식하였는데 읽히지 못했다면 그건 에러이므로 그냥 다음 공정으로 못넘어가게 막는다. 필요하면 스캐너를 병렬로 달기도 한다.

그랬는데도 못읽는 다면 라인을 세우거나 못읽은 제품은 옆으로 빼내서 사람이 처리하도록 만든다.
자동 시스템으로 못읽는다고 사람이 읽도록 하여 100% 인식률을 만든다고 하면 비웃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비록 그 모양이 우리가 상상하는대로 깔끔하고 멋있어 보이지 않더라도 잘못된 방법은 아니다. 우리 머리를 조금만 물렁물렁하게 해 준다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단지 이러한 상황이 너무도 반복된다면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좀더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닥달을 해대면 반드시 해결되는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

RFID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수많은 음료수병이 가득 담긴 박스 또는 금속 캔이 잔뜩 박스들을 싣고 RFID 포탈을 지나갈때 100% 인식률은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수한 새로운 방법이 고안되기 전까지는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이때에만 100% 인식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팔레트에 박스를 실을때 하나씩 잘 읽어서 팔레타이징을 하고 나서 RFID 포털을 지나갈 때 이중 몇개만 읽어도 해당 팔레트에 실린 박스 전체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다. 설마 이중에 한두개는 못읽을까? 하나도 못읽는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못읽었다고 작업자에게 알리기만 하면 작업자가 수작업으로 다시 읽을 것이니까...
누군가가 팔레트에서 박스를 들어 내었다면? 이때 들어낸 박스의 정보를 팔레트 정보에 수작업으로 갱신해 주기만 하면 된다.

"에이~ 그게 뭐야? 그걸 누가 못해? RFID가 그러면 누가 써?"

이런 생각이 드는가? 안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어차피 RFID를 포탈에 사용하고자 한 이유는 창고에서의 정보 인식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자동 인식 시스템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 이 창고 시스템 전에서 데이터 신뢰성 보장만 해 주기로 서로 간에 프로세스로 정리한 다음 이 프로세스를 지키지 않은 곳에서 벌금을 문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제재를 가한다면 얼마든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투박하고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멋있진 않더라도 어차피 그게 현실이고 인생이 그러한 것임을 상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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